25/03/01
3월의 첫 날.
25년과 함께 새해 매주 그래도 짧은 글을 남기고 있지만 지난 주 한번을 넘겨버렸다.
핑계를 대자면 대청봉 이후에 감기와 근육통이 겹쳐서 겔겔 거리다 이제야 회복을 했다.
몸이 좀 살만하니까 또 근질 거려서 진곤이형과 산에 다녀왔다.
소백산, 봉정암 등등 선택지가 많았으나 비 예보도 있었고 해서 동네 뒷산으로.
설악산 능선 자락인데 이번이 3번째.
첫번째는 몇년 전 겨울 백패킹으로 갔다가 길을 잃어서 거의 탈진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있고,
두번째는 작년 여름에 혼자 그 겨울의 기억을 이겨보고자 혼자 갔다가 또 길을 잃어서 도중에 내려왔다.
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이 아니라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.
그 2번과 이번 방문에서도 저 댕댕이가 항상 입구까지 길을 안내해준다.
처음엔 덩치와 짖는 소리에 겁이 좀 났지만, 계속 뒤돌아보며 따라오라는 몸짓을 보여준다.
3번째 보니 좀 반가운 느낌.
다음엔 꼭 간식을 챙겨와야지.
속초와서 알게 된 진곤이형.
내 지인들 중에 가장 산을 잘타는 사람.
이번 산행은 형이 있어서 든든했다, 적어도 길을 잃지는 않겠다 라는 믿음이 있다.
하늘이 좀 흐려서 흑백으로 작업했는데 뭔가 흑백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.
가는 도중에 멋진 바위들이 많았고 정상에도 보고 싶은 바위가 있었는데 지난 2번 모두 못 봐서 오늘은 꼭 보고 내려가리라 마음을 먹었다.
정상에 오름.
지난 겨울 텐트치고 잤던 곳에 옷을 던져두고 보고 싶은 바위를 보러 좀 더 올랐다.
정식 등산로가 아니다 보니 매우 고요하고 신비한 느낌이 드는 장소.
설악산이 멋진 이유는 울산바위와 같은 암릉이 많아서 인 듯 하다.
여기도 역시나 멋지고 기이한 바위가 많았고 형도 매우 만족해했다.
더 더워지기 전에 다시 백패킹을 오자고 약속.
이 바위를 보고 싶어서 다시왔다.
겨울엔 여기까지 눈이 너무 쌓여서 보지 못하고 내려갔다.
버섯 모양의 바위.
아래서 내려다 보면 마치 터키나 모로코 같은 분위기도 든다.
곧 다시 와서 능선을 타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.
바위를 한바퀴 돌고, 짐을 두고 온 장소에서 간단하게 커피와 간식을 먹고 하산.
내려오는 길에 낙엽을 밟고 미끄려저셔 뒤쪽 허벅지의 부상을 입었다.
아직도 조금 뻐근한 느낌이 드는데, 3월이고 날씨가 풀려서 야외에서 좀 뛰려고 했는데…
이렇게 또 하나의 핑계가 생기고 말았다.
뭔가 등산 블로그 같이 되버리는 느낌이지만, 산은 언제나 좋다.
차주에는 다른 소식으로.